작성자-섬네일

닭고기 전문기업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전환하려는 하림의 도전은 무모할까요? 근거 있는 자신감일까요? 라면 하나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건 일단 성공인 듯싶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번지는 타이밍에 신박한 이정재 광고도 효과가 있는 듯하고요.

 

 

라면업계가 하림의 더미식 장인라면 가격정책과 프리미엄 마케팅을 바라보면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을 하면서도 내심 라면시장의 가격을 흔들어놓기를 바라는 건 아닐까요? 감히 라면 주제에 이렇게 맛있어도 돼? 감히 라면 주제에 가격이 2,000원이 넘어?

 

이러한 논란은 결국 소비자들의 평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슈가 있어야 평가가 있으니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하림 장인라면에 대해 파헤쳐 보겠습니다.

 

더미식 장인라면 가격

장인라면-포스터

감히 라면 주제에 인스턴트식품에서 빼 달라는 더미식 장인라면 가격은 개당 2,2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미식 장인라면 판매처도 편의점으로 한정되어 있어 마트에서는 살 수 없습니다. 감히 라면 가격이 2,000원을 훌쩍 넘어 이놈이 분식점에서 팔린다면 라면 한 그릇에 5,000원은 받아야 할 판입니다.

 

하림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아이들이 먹어도 영양이 부족하지 않고,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건강에도 좋으며, 각종 신선한 야채와 프리미엄급 고기로 육수를 내어 국물을 남김없이 마셔도 부담 없는 라면이 아닌 프리미엄 요리이므로 인스턴트식품에서 빼 달라는 겁니다.

 

인스턴트에서 빼 달라!

국물을 남기지 마라!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이러한 시도는 식품업계에서 자주 쓰는 방식입니다. 다만 처음 제품을 출시할 때 마음을 유지하기에는 비싼 광고료도 지불하고, 잘 팔리면 마진 욕심도 나기 때문에 결국 과대광고로 취급받는 경우가 많았고, 초심을 유지하는 진정한 장인정신으로 만든 식품은 마진이 많지 않아서 제품의 생명이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특히 서민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라면에 인스턴트가 아닌 요리라는 감투를 씌운다는 게 기업의 마케팅 효과는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어 중간이 없는 성공 아니면 실패로 끝날 수 있습니다.

 

감히 라면 주제에... 차라리 라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림의 야심과 업계의 반응

하림-농심-삼양라면-포스터

하림은 더미식 브랜드를 1조 5,000억이라는 메가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밝혔고, 미식 장인라면이 그 스타트를 끊겠다는 건데요. 더미식 브랜드로 출시되는 제품들의 가격은 고가 정책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광고를 보면 하림 장인라면에 자부심이 무척 강하거든요.

 

미식 장인라면 가격이 2,200원인 점을 보고 업계의 반응은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짜지 않고 영양가가 높은 품질 좋은 비싼 라면을 만들지 못해서 시장에 내놓지 않는 게 아니다라며, 수십 년간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은 라면이라는 서민 음식의 이미지는 이미 판매되어야 할 가격선까지 형성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 가격선이 바로 라면은 1,000원입니다!

 

하지만 하림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소비자 선호도 조사에서 라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라면을 원하는 소비자가 30~40%나 되었다면서, 하림 장인라면은 바로 이들을 타깃으로 출시한 제품이라는 겁니다.

 

하림 김홍국 회장의 말대로 시중 라면을 먹고 입술이 부르튼 딸아이를 보고 인공 조미료가 가미되지 않은 라면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국물까지 다 마실 수 있는 제대로 된 라면을 만들겠다는 초심이 끝까지 간다면 하림의 야심은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라면시장의 30%만 점유해도 초대박 성공일 테니까요.

 

신라면 블랙과 뭐가 다를까?

신라면블랙과-장인라면-비교

품질 좋은 라면의 고가 정책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 블랙이 출시되는 당시에는 라면 가격은 500~800원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농심은 신라면 출시 25주년을 기념하여 '우골 보양 식사'라는 프리미엄 라면인 신라면 블랙을 출시했고 가격은 무려 1,600원이었습니다.

 

당시 일반 신라면이 800원 이하였으니 두배가 넘는 가격으로 출시가 되었는데, 당시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대한 관심으로 대통령마저 라면값 100원 인상은 서민경제에 타격이 크다는 발언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비운의 신라면 블랙은 허위 과장광고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까지 부과받았으며, 그 이유는 품질이 고급화된 정도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게 책정됐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1,450원으로 가격을 인하했지만 이내 판매를 중단해 버렸습니다.

 

하림 장인라면 가격이 2,200원으로 출시된 지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모든 원부자재의 급등으로 오르지 않는 건 직장인 월급뿐이라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기초소재 가격 인상은 이후 소비자 물가에도 반영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사상 최고가 라면을 출시한 하림의 선택이 옳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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