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 정치인이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국민을 이용하는 건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역사적으로 민감한 감정이 있는 국가나 민족 간의 감정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특히 한일 간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미묘한 감정이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식민지배를 당했던 우리나라 국민들은 당연히 일본이 잘못했고 사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일본이라는 단어가 일본이라는 국가를 지칭하는지, 일본의 현 정권을 이야기하는지, 일본 국민들을 이야기하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포츠나 학문, 그리고 노동자들간에는 감동을 주는 사연들도 많습니다. 누구의 잘못이고 죗값을 치렀는지 남았는지 결론짓는 건 어쩌면 무리겠지만, 적어도 역사적 갈등을 현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쟁에 이용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정치인들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일본이 똑바로 안하니 한국이 기어오른다

아베 신조 전 총리를 비롯한 일본 보수우익 세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극우 여성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한국을 가리키며 한 말입니다.

 

도쿄도에서 열린 ‘야스쿠니 신사 숭경봉찬회’라는 극우단체 주관 심포지엄 강연에서 자신이 총리가 되더라도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의 위패가 안치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속하겠다고 주장하면서, '주변국의 반발이 있을 때마다 야스쿠니 참배를 중간에 그만두는 등 어정쩡하게 하니까 상대가 기어오르는(つけ上がる)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정조회장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조회장


방송 캐스터 출신인 다카이치 정조회장은 아베 내각에서 4년반에 걸쳐 총무상을 지냈으며,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고 위안부 만행을 왜곡하는 발언으로 일본 우익세력들의 감정을 부추기고 일본 자민당의 대표적인 우익세력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에 가까운 발언을 들을때마다 순간 욱하는 감정이 끓어오르고, 일본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극에 달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일본 정치인들과는 다른,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일본 극우세력들과는 다른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감동의 이야기도 많이 있습니다.

 

 

이상화와 고다이라의 진정한 우정

한일 스피드스케이팅을 대표하는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라이벌 관계지만 빙판을 한 발짝 벗어나면 진한 우정으로 뭉친 사이입니다. 나이는 고다이라가 이상화보다 3살 많지만, 고다이라는 이상화 선수를 스피드스케이팅 롤 모델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고다이라가 2위 이상화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고다이라는 눈물을 흘리는 이상화 선수를 진하게 안아주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어김없이 우정을 과시했습니다. 고다이라는 선수로써 이상화는 해설자로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했지만, 경기를 마친 고다이라는 한국의 중계석으로 먼저 다가와 이상화 선수를 찾았고, 둘은 감동의 눈물을 주고받으며 스포츠가 지향하는 정신을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조차 이상화 해설위원이 고다이라의 경기를 눈물로 응원하는 모습을 기사화 하면서 국경을 넘은, 특히나 역사적인 이유로 민족 간의 감정의 골이 깊은 한일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산켄전기 한국 노동자를 돕는 일본 노동자들

얼마전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던 내용을 주제로 포스팅을 했습니다. 바로 산켄전기의 100% 자회사인 한국산연이 노동자 전원을 해고하고, 급기야 회사를 폐업하여 전 직원을 실직자로 만든 사건에 대한 투쟁을 주제로 한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산연은 일감을 새로 인수한 회사로 넘기고, 산켄전기는 폐업을 코로나가 한창인 2021년 1월에 결정하여 더이상 한국인 노동자들이 일본의 산켄전기 본사 앞에서 투쟁할 수 없는 시기를 골랐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노동자들은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혀 일본에 올 수 없는 한국 노동자들을 대신해서 지금도 산켄전기 본사 앞에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 투쟁에서 집행부가 경찰에 연행되고 구속되는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노동자의 설움은 노동자가 알아줘야 한다는 동질감 하나에서 비롯된 노동쟁의입니다.

 

산켄전기와 싸우는 한일 노동자 내용 보기

 

악질 기업 산켄전기 같이 울어주는 한일 노동자들

'한국 노동자들을 희생시킨 먹튀 기업 산켄전기를 용서할 수 없다', '산켄전기는 창피한 줄 알아라' 한국 노동자들의 외침이 아니라 일본 국민들이 한국 노동자들을 위해 외치는 소리입니다. 도

owolf0310.tistory.com

 

 

마치며

일본의 우익세력은 자신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역사를 왜곡하기도 하고, 자극적인 언행으로 우익세력들의 결집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우리나라 정치판도 민족감정을 정쟁으로 끌어들이는 사례가 많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이상화와 고다이라가 보여주는 진한 우정과 악질적인 산켄전기의 경영에 참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보여주는 감동 스토리를 역사적인 감정의 골로 덮을 수 있을까요?

 

가장 가까운 나라이면서 가장 먼 나라 이기도한 한국과 일본. 역사적 과오는 분명히 있습니다만, 우익세력이 아닌 양국의 국민들은 벌써 서로를 용서할 준비가 되어있는 듯합니다.

 

국민들의 시기와 질투를 조장하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휘둘리지 말고, 냉정하게 평가하는 성숙한 양국의 국민이 많아져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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